‘분노’한 30대, 말 잘 들은 청년들이 후회하는 ‘이 것’

집값 급등 공포에 따른 30대 중심 ‘패닉바잉’은 여전하다.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집값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는 연일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2030 직장인들 중엔 “불안을 넘어 점점 분노를 느낀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또 다른 직장인은 “이번 생엔 내 집 마련 포기했다.”라며 자조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같은 현상은 비교적 연봉이 높은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대기업도 내 집 마련 포기
소득 수준에 역차별 논란


국내 대기업에서 8년 차 근무 중인 A 씨(34)는 2014년 취업 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3년 차부터 서울 아파트 매입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2016년 당시 그가 모아둔 돈은 6000만 원이었다. 그는 앞으로 1년 동안 5000만 원을 추가로 모으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 매수에 나설 계획이었다. 당시 A씨가 사고자 했던 아파트는 3억 원짜리였다. 해당연도 기준 주택담보대출 LTV(담보인정비율)는 70%였기에, 그는 저축을 통해 본인 자금 1억 원을 만들고, 나머지 2억 원은 대출을 일으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A 씨는 다음 해 자신의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계획한 대로 1년 동안 5000만 원을 모아 예금액 1억 1000만 원을 만들었지만, 그 사이 3억짜리 아파트의 매매가는 1억이 오른 4억이 돼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이 시행됐고, 해당 아파트가 있는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이에 그 아파트에 대한 LTV는 40%로 낮아졌고, 이제 그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최대 1억 6000억이 되었다. A 씨는 결국 그 아파트를 포기했고, 이후 집값은 더 올라 6억 원을 넘겼다.

소득이 높은 대기업 직장인은 대출이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다. 가령 대출 조건이 좋은 보금자리론은1의 연 소득 기준은 7000만 원이다. 그보다 연봉이 높으면 대출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높은 급여를 받더라도 당장 가진 자산은 부족하다 보니, 대출이 막히면 오히려 내 집 마련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 대기업의 젊은 직장인들 중엔 집 문제로 결혼마저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직장인은 “또래보다 연봉이 높은 편이지만 내 힘만으로는 마음에 드는 집을 도저히 살 수 없다.”라며 “지난해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상대방 부모가 용산에 아파트를 구해오라고 해 결국 결혼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작년 7월 최대 매수 건수
경기도 상승도 가파름


그런가하면 주변의 경고를 무시하고 ‘패닉바잉(공포매수)’,‘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로 어떻게든 아파트를 구매한 30대들은 어떻게 됐을까? 조사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 건을 넘었고, 7월에는 아파트 매수 건수가 역대 최다였다. 그런 후에 수도권 집값은 더욱 가파르게 치고 올라갔다.

이는 서울만의 현상도 아니다. 지난 1년간 경기도 아파트의 상승률은 더욱 가팔랐다. 이에 근 1~2년 동안 아파트를 매수한 이들의 시세차익이 상당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적은 돈으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입지에 투자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B 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며, 그의 주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를 받던 회사원이었다. 그는“근로소득만으로 인생을 꾸리긴 힘들다.”고 생각하며 일찌감치 부동산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후 그는 2019년 모아둔 월급과 대출로 ‘영끌’해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당시는 아직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전이라, 분양가는 2억 원 정도였다. 이후 백씨는 지난해 분양 받은 아파트 단지의 상가 하나를 1억여 원에 추가 매수했다. 해당 상가로 그는 매달 150만 원의 임대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그는 수도권 아파트를 매각하고, 추가 대출을 받아 원룸 건물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폭등 원인은 공급 부족
자금 된다면 매수 추천


전문가들은 올해 아파트값 전망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 “연말까지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또한, 현재 집값 폭등의 주요 원인을 공급 부족으로 보고 있으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시장을 단순히 거품으로 치부하는 것엔 무리가 있다며, “매매량에 큰 차이가 없는데 집값 상승률이 큰 폭으로 올랐다면, 매물이 부족한 공급자 우위 상황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금의 30대 ‘패닉바잉’이 단순한 투기가 아니라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상승에 젊은 층의 불안에서 기인했다는 의미다.

또한 지금이라도 자금만 있다면 시기와 상관없이 매수를 고려하라는 의견도 있다. 동국대 법무대학원 고준석 교수는 “집값이 고점이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매수 시기를 놓치면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라며 “자금 계획이 마련된다면 미루지 말고 집 사는 걸 추천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