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 주담대 전면 중단’ 대출 규제에 부동산 전문가들이 한 말

8월 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가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언급하며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제일은행,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등 시중 은행들의 대출 중단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주요 은행들이 신규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실수요자들은 패닉 상태에 놓였다. 이에 최근 지역 인터넷 카페에는 ‘7월에 계약했고 11월 잔금예정인데 큰일이다’, ‘잔금걱정에 한숨도 못잤다’, ‘계약금이 8000만원인데 벼량끝에 서있는 기분이다’ 라는 걱정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주택 매매 및 전세 계약을 마친 뒤 잔금 치를 날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만약 이들이 잔금대출을 받지 못한다면 계약 취소는 물론, 계약금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금융위, 대출 중단
확산 가능성 낮다


NH 농협은행은 지난 8월 24일부터 11월 말까지 신규 주담대를 포함해 전세대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아파트집단대출 등 신용대출을 제외한 대출 상품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우리은행도 최근 전세자금 대출의 신규 취급을 9월 말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했고, SC제일은행도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 중 신(新) 잔액 기준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삼는 상품의 신규 취급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금융위는 8월 23일 보도자료를 내며 다른 은행들의 대출 중단 확산 우려는 가능성은 낮다고 일축했고, 은행들의 대출 중단 사유에 대해서도 금융사들이 올해 증가분 목표를 준수하기 위한 자체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갑자기 확대되는 대출 중단 소식에 소비자의 혼란과 불안은 극심해가고 있으며, 금융업계 관계자들도 이번 대출 중단 사태가 다른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확산 될 것이라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8월 20일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이들이 저축은행으로 몰려가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저축은행중앙회에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해 달라는 요청을 전달한 바 있다.

금융계, 대출 중단
타 은행도 퍼질 것


이에 현재 금융권에선,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소비자층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8월 17일부터 20일까지 마이너스통장 신규건수는 7557건으로, 한 주 전 같은 기간(10~13일) 5671건 보다 33.25%(1886건) 늘어났다. 소비자들은 타 은행에도 곧 대출 중단 조치가 내려질 것이란 걱정에 “받을 수 있을 때 받아두자”라는 마음으로 신규 대출에 몰리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금융권 관계자 A씨는 “농협 등에서 대출이 막힌 대출자들이 타 은행으로 옮겨가고 있고 선수요가 몰리면서 대출 증가분 한도가 소진되면 타 은행들도 대출 중단에 들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현재 정부가 대출을 줄이라고 계속 경고하고 있고 일부 은행들이 대출 중단을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적극적으로 열어둘 금융사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관계자 B씨도 이번 대출 중단 사태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한쪽이 막히면 차주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알아보지 대출을 포기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대출 취급중단은 다른 은행의 대출 한도만 소진할 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안정 우선
점진적 대책 촉구


전문가들 역시 이번 대출 중단 사태에 대해 천편일률적으로 대출을 막고, 총량을 줄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이에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갑작스런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계획을 세워 대출을 받으려던 개별주체들이 모두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며 “특히 우리나라 전세시장의 경우 전세금이 집주인과 기존 세입자, 새로운 세입자까지 모두 연쇄적으로 물려있는 특이한 구조인데 정부는 이런 특수성도 감안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내려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물가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빠르게 확대되는 등 전반적인 금융 불안전성이 커지고 있어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한 관리는 필요하다.”며 “단 금융사들이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방법이 아니라 신용이나 소득에 따라 평가하고 총량관리는 금리조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며 상환능력이 있는 이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강한 금융 시장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모두 과도한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금융위의 기본 골자엔 공감했다. 그러나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까지 실수요자들에게 꼭 필요한 자금줄까지 갑자기 막는 것은 지나치며, 현실에 맞지 않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계부채 급증이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에서 비롯된 만큼, 결국 과열된 자산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인데,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을 완벽히 갈라낼 수 없다면, 실수요자들이 자금계획을 세울 수 있는 점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