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는 100만 명인데 매출은 20분의 1로 줄었습니다”

젊은 층과 관광객으로 붐비던 서울 지하상가 상권이 눈에 띄게 죽어가고 있다. 문을 닫은 가게들이 늘어났으며 인산인해를 이루던 지하상가는 이제 직접 셀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만 돌아다닌다.


출퇴근 시간에 붐벼도

지하상가는 한산해

출근 시간대인 오전 9시의 고속터미널역은 출근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은 매우 많았지만, 근처 지하상가로 향하는 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쇼핑의 성지로 불리던 ‘고터 지하상가’로 가는 젊은 층의 발걸음이 끊겼으며 동네 주민들이 간간이 찾아가는 정도가 됐다.

고터 지하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의 상황도 심각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는 출근길에 식사를 해결하려는 직장인들이 찾느라 아침 시간대엔 꼭 붐볐다. 그러나 최근에는 손님도 없이 외국어로 이뤄진 메뉴판들이 뒹굴 뿐이고 손님을 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A 씨네 가게의 2019년의 하루 평균 매출은 200만 원을 웃돌았지만. 거리두기 4단계 이후에는 10만 원대라고 한다.

고터 지하상가의 212개의 상점 중 41개가 폐업했다. 오전 10시가 돼도 한 블록에 있는 20개의 상점 중 3개만 장사를 시작했다. 옷 가게들은 폭탄세일, 정리 세일과 같은 문구를 내걸고 장사 중이다. 실제로 점포 정리를 하지 않지만 대규모 세일을 한다고 홍보 중인 B 씨는 한숨만 가득하다. 코로나19 전에는 대부분 가게들이 10시가 넘어서야 문을 닫았지만, 근래에는 6~7시 정도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지하광장 폐쇄하자

식당 손님 더욱 줄어

100만 명에 달하는 유입인구를 자랑하는 강남역 지하상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지하상가에 있는 한 카페에는 사람들이 줄 서서 커피를 살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근래에는 눈에 띄게 인파가 줄었다. 분식집은 운영하는 C 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3분의 1 수준이 됐다고 한탄했다. 과거에는 일 평균 매출이 약 300만 원이었지만, 요새는 10만 원만 넘어도 잘 된 날이라고 했다.

강남역 지하상가는 지하 광장이 폐쇄되면서 더욱 상황이 악화됐다. 지하광장에서 쉬거나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하상가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구매하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그런 길도 뚝 끊긴 것이다. 폐쇄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음식을 먹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많아서 식당 이용도 매우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공실이 없을 정도로 잘나가던 강남역 지하상가지만, 이제는 문을 닫거나 폐업을 고려하는 곳이 많아졌다.


임대료를 여전히 높게 지불

못 버티고 하나둘씩 떠나

사당역, 이대역 등과 같은 인기 지하상가도 줄줄이 발길이 끊겨서 폐업하고 있다. 왜 지하상가는 심각한 상황에 부닥친 것일까. 코로나19로 인해 유동 인구가 줄고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감소한 것이 주요인이다.

작년 서울 지하철의 이용객 수는 약 9억 6600만 명인데, 이는 재작년 같은 기간의 13억 2500만 명보다 감소한 수치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거래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지하상가만의 매력은 점점 떨어져갔다.

값비싼 임대료도 지하상가 줄폐업에 한몫했다. 지하상가 임차를 희망하는 후보자들이 경쟁 입찰을 통해 상가 임대료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본적인 계약 기간은 5년 정도다. 현재 상가를 운영 중인 임차인들은 대부분 그 상권이 과거 전성기일 때 계약했으므로 여전히 높은 임대료를 지불 중이다. 실제로 신촌역에 있는 화장품 가게의 3.3㎡당 월세는 약 400만 원이다.

서울시는 작년 9월부터 지하상가의 임대료를 50% 정도 감면해 주겠다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마저도 못 버티고 폐업을 선언한 임차인들이 속속히 나오고 있다. 임대료가 아무리 깎여도 위축된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 않아서 절반 임대료를 낼 처지도 안 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지하상가 임대료를 더욱 깎아주는 것 밖에는 현재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