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기차 보급 수는 상반기 기준 15만 대를 넘어섰고, 하반기엔 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처럼 전기차 보급이 늘자 최근 의외의 곳에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바로 아파트 등 공용주차공간에서 등록 안 된 충전기를 활용한 도전(盜電·전기 도둑) 행위에 대한 입주민들의 불만이다.

아파트 등 공용 주차공간에선 등록되지 않은 충전기로 충전한 경우, 입주민들이 전기세를 나눠 내야 한다. 이에 올해 5월 한 아파트 단지에선 주민들의 신고로 한 남성이 전기차 무단 충전 혐의(절도)로 입건돼 논란이 됐다. 이처럼 최근 전기차의 증가로 인한 충전문제와 도전 행위의 심각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벤츠도 도전해
아파트 주민들 불만


광주 북부경찰서는 올해 5월 23일 아파트 단지 내 공용시설에서 허가 없이 자신의 전기차를 충전한 혐의(절도)로 20대 남성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해당 아파트의 주민이 아니었다. 그는 사건 당일 오후 8시쯤 광주 북구 동림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주차장 전기 콘센트로 자신의 차량을 무단 충전했다. 그는 그 어떤 요금도 내지 않았고, 이에 신고를 당한 것이다.

위와 같은 사례는 해당 아파트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자동차 커뮤니티들에도 도전 사례에 대한 사진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보배드림 자동차 커뮤니티엔 벤츠 E300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도전 중인 사진이 올라와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해당 게시물에는 “ 벤츠 살 기회는 있었는데 도둑질하면 안 된다는 기본은 못 배웠나 봅니다, 아무 전기나 가져다 쓰는 것도 도둑질입니다.”라는 글이 작성됐고, 댓글에도 사람들은 “벤츠 살 돈은 있고 충전비는 지불하기 싫고”,“비싼 차 가지고 다니면서 참 많이 아끼네요,” 등 차주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또한 이 같은 행위를 관리사무소가 아닌 경찰에 신고할 것을 권하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얌체 행위에, 신고가 접수돼도 별도의 처벌 규정이 미비해 현재로선 제대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전기차 도전행위로 입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보통은 관리사무소나 경찰의 중재로 무마되는 경우가 다수인데 이에 한 경찰 관계자는 “전기를 훔쳐 쓴 정황이 인정된다면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확하게 어떤 과정, 상황인지 사안마다 구별해 판단해야 할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공용 전기 이용 시
주민들이 요금 부담해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는 흔히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충전기, 차주가 휴대하며 전기차 전용 콘센트에서 사용하는 이동형 충전기, 배터리 방전 시 응급용으로 220V 전압을 사용하는 비상용 충전기로 구성돼 있었다.

이 중 이동형 충전기는 전기차 차주가 전자태그를 찍은 뒤 사용량만큼 전기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인에게 사용 요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비상용 충전기의 경우 전자태그 인증 없이도 공용 전기로 충전할 수 있다. 이에 한 아파트 관계자는 “충전량에 따라 비용이 책정되는 전용 이동식 충전기 사용을 권하지만, 비상용 충전기로 전기를 끌어다 충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 역시 “개인에게 전기세가 요금이 부과되는 장치가 아닌 비상용 충전기로 공용 전기를 이용하는 행위는 다른 입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왜 개인이 충전한 전기차 요금을 입주민이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얌체 차주를 잡아내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전소 부족하다
환경부 방침 내놓아


그런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전기차의 증가에 비해, 충전할 수 있는 전용 주차면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상황상 비상용 충전기 활용이 불가피할 때도 있다며, 비상용 충전기 사용자를 무조건 전기도둑으로 낙인 찍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프라의 부족이 도전과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인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전국에 등록된 전기 차량은 총 15만9851대, 전기차 충전소는 총 6만9332곳으로 실제로 최근 친환경 차량의 수요가 늘어나는데 차주들이 충전할 만한 곳은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지적에 환경부는 7월 29일 열린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무공해차 충전 인프라 구축상황 점검 및 확충방안’을 발표했다. 방침에 따르면 정부는 급속충전소를 2025년까지 교통거점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국 주유소 수 만큼인 1만 2000곳 이상의 구축 계획을 세웠다. 또한 공공급속충전기를 단계적으로 민간에 이양함과 동시에, 100세대 이상 아파트엔 주차공간의 4% 이상, 상업·공공시설(43만동, 475만면)에 주차공간의 3% 이상의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