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세입자들이 월세로 바꾸고 있는 현실 이유

“임대차법 때문에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로 계약한다. 이게 정말 세입자를 위한 법 맞나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세를 살던 세입자 A씨가 한 말이다.

그는 올해 2월 전세계약 종료를 앞두고 임대차법 중 하나인 계약갱신 청구권을 쓰고자 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이제 그 집에선 본인이 살 것이라면서 재계약을 거부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A 씨는 단지 내 다른 집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아파트의 전세물건은 이미 많이 줄어있었고 전셋값 역시 크게 올라, 그는 반전세로 옮겨갈 수 밖에 없었다.

전세의 월세화
연말까지 이어질 것


올해 들어 은마아파트의 임대차 계약 10건 중 4건은 월세 또는 반전세 계약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해당 아파트의 월세 비율은 27.5%에 불과했으나, 1년 만에 39.8%로 늘어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아파트의 임대차 계약 건수 자체도 크게 줄었는데, 작년 상반기에 516건이던 게 올해는 25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양상은 다른 서울 아파트의 임대차 계약에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의 임대차 계약 중 39.4%가 반전세 포함 월세였다. 이 같은 월세 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지난 7월에 집계된 35.5%보다도 크게 오른 수치다.

업계에선 이 같은 전세난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지난 7월 재건축 실거주 규제를 백지화 결정을 내렸음에도 급감 현상은 이어지고 있는데, 이에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 실거주 규제가 사라지며 서울 전세매물이 다시 급증한 경우는 일부뿐이고, 서울 전체로 보면 지난해 임대차법 시행 이후 계속해서 전세난은 극심해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업계, 임대차법 때문
정부, 일시적 수급문제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정부의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이후 본격화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법 시행 이후 수치를 살펴보면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반전세 거래 비중은 35.1%로 법 시행 전보다 7.0% 늘었고, 월세 계약은 35.1%로, 법 시행 전 28.1% 보다 7.0%포인트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서울 공시가격이 크게 인상된 해였다.(19.89%) 통상 공시가격이 높아지면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데, 이 같은 부담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됐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에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전세가 없어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앞으로도 전세가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고, 전세 물량이 줄면 다시 매매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측 인사들은 현재 임대계약의 공급이 크게 부족한 편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비사업 등의 이주수요도 또한 앞으론 줄어들 예정이기 때문에 이 같은 전세 품귀 현상이 오래 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강남권 개발에 따른 이주수요가 시기적으로 몰린 것, 사전청약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대기 수요가 급증한 것.”이라며 수급상 문제는 일시적인 것일 뿐, 올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이라 전했다.

이어 노 장관은 임대차3법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그는 “제도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이는 어느 정도 정상화 돼 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임대차 3법이 어렵게 시행된 만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전세제도, 한국만의
독특한 임대계약 형태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국내의 전세제도가 서서히 사라져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전세제도가 대중적인 임대계약으로 자리 잡은 국가는 많지 않다. 볼리비아, 인도, 콜롬비아, 모로코 등의 국가에도 국내의 전세와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금융이 취약한 국가들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금융시스템이 발전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가 살아남은 유일한 국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드문 제도라고 해서 국내 실정에서 전세가 급격하게 사라지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대해 경기대 김진유 교수는 “월세 시대의 도래가 반갑지만은 않다. 전세제도에 단점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전세와 보증부월세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것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강점.”이라며 “목돈이 있는 사람은 전세를 선택하고, 목돈은 없지만, 수입이 안정적인 경우엔 월세를 선택하는 등, 주거 형태를 개인 사정에 맞게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큰 이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