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코로나 이후, 거리를 걷기만 해도, 수많은 공실과 함께 폐업한 가게를 볼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명동에는 몇 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가게가 폐업을 이었고, 거리로 내몰린 세입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공실 앞에는 ‘공사 중’과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공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문틈 사이로 여러 고지서가 끼여있는 모습을 통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만 유추할 수 있다.

치솟는 보증금과 임대료 탓에 기존의 자리를 지키기도 어려운 마당에 새 터를 잡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임대시장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깔세’를 통해서다.

전세에서 깔세로
월세 선납하는 주거 형태 등장

깔세는 단기 임대를 뜻하는데, 보증 없이 시세보다 높은 월세를 선납하고 주택이나 상가에 임차하는 형태를 말한다. 부동산에서 쓰이는 은어로 세를 미리 깔고 시작한다는 의미다. 소위 사글세를 얕잡아 부르는 말이다. 깔세는 주로 선거 캠프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거나, ‘점포 정리’, ‘창고 대방출’ 등 여러 상품으로 반짝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방식이었다.

특정 이벤트가 있을 때만 사용되는 깔세가 이젠 주거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파트에선 4개월치 월세를 일괄 납부하는 조건으로 단기 임대주택을 구하는 수요가 늘어났다. 실제로 전세 계약이 만료된 입주자의 경우에는 주소를 옮기고, 계약서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집주인과 계약하는 형태도 늘었다.

이런 사례는 방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TV 예능 프로 ‘미운 우리 새끼’에서도 깔세라는 용어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오민석이 박수홍에게 집을 임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방 한 칸만 빌리는 내용이었다. 보증금 없이 월세로 80만 원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임대하는 과정을 그렸다.

상가에서 볼 수 있던 ‘깔세’
이젠 주거지역에도 뻗어가

이 같은 이유에는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임대차법 개정 여파가 컸다. 계약 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로 인해 이사 날짜를 조율하기가 어려워졌다. 사정을 봐주다간 자동으로 2년간 전세 계약이 연장될 수 있다.

게다가 임대차법으로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이 급격하게 치솟은 것도 이유였다.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급한 대로 이사를 가야 했지만, 마땅히 구해지는 곳은 없었다. 급한 대로 대금을 치르고 임시로 집에 남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KB 부동산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 상승률은 올해 들어 10.26%로 지난해를 넘어섰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얼 4000만 원 선으로 3년 전 매매가격과 비슷해진 상황이다.

과도한 규제도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의 양도세 규제 강화 이후로, 10년간 실 거주해야 매각 차익의 80%까지 감면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통근이나 자녀 교육 등, 다양한 이유로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 경우에는 전입신고를 하지 못한 체 입주하게 된다.

과도한 규제로 나타난 부작용
임대인, 임차인 피해 호소 이어져

전세난에 허덕인 세입자들은 급한 대로 깔세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깔세는 계약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세입자가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일반적인 임대차계약으로 보게 된다면 충돌이 빈번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거주 기간 동안 집주인이 집을 매도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길에 내몰리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집주인이 퇴거를 요청하면 대응할 방법 또한 없다.

집주인 역시 세입자가 계약 기간보다 더 살겠다고 버티면 내쫓을 명분이 없다. 개정된 임대차법상 계약은 무조건적인 2년을 보장한다. 단기 계약을 맺고도 세입자가 말을 바꾼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으며, 실제로 임대차 분쟁 조정위원회에 넘어가는 경우에 조정위는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집주인의 손을 들어준 사례도 있다. 매월 150만 원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깔세 계약을 맺은 사례가 있다. 임대차 기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고, 선납 여부에 따라 연장이 결정되는 방식이었다. 결국 법정 공방까지 이어졌고, 법원은 깔세 계약이 임대차 보호법상의 2년 기간 보호기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집을 빌려주는 사람의 주장대로 임대차 기간이 종료됐다고 간주한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지낸다 하더라도, 계약 내용에 따라 깔세는 보호 선의 경계선에 놓인다. 한 끗 차이로 세입자 또는 집주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성립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두고 “깔세는 계약 내용이 천차만별이므로 서로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특약 사항도 자세히 기재해야 갈등을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