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정부가 전세대출 규제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급증하는 집값을 두고, 주택의 투기화를 막기 위해 내리는 결정이 실수요자들의 숨통을 조이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터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거를 두고 피해를 호소하는 실수요자들의 목소리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대출에 대한 규제 칼날이 드리워지자 생긴 후폭풍에 대해 알아보자.

대출 규제로 절벽에 이른 주택
거래 중단 현상까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동시에 다가오자 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월별 매매 거래량 추이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이어 정부가 가계 대출 조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격은 오르고 매수 능력은 없어지니 거래량은 자연스레 감소했다.

대출을 염두에 두고 집 마련을 계획하는 이들은 발을 구를 수밖에 없다. 한 커뮤니티에 글을 남긴 이는 “대출 중단에 금리 인상까지 덮쳤다”라며 “지금 집을 사는 건 부담”이라고 말했다. “청약에 당첨될 때까지 전세금으로 버티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 덧붙이며 현실을 토로했다.

대출받아도 끝 아니야
자칫하다 1년 이자만 2000만 원

대출을 받았어도 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이 한 둘이 아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 한 글쓴이는 “금리 인상으로 영혼까지 끌어모은 전세 대출자, 무주택 자영업자, 소규모 사업자는 패닉 상황이다”라며 “만약 70~80% 대출받은 전세 대출자들은 4억만 빌려도 5% 기준으로 1년 이자가 2000만 원”이라 전했다. 덧붙여 “조만간 금리가 또 오르면 지금 내는 상환액이 급속도로 불어난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빠져나가, 버티기 어려워지는 형국인 셈이다.

또 다른 이는 “이사 철을 맞아 전세대출 수요가 집중되면서 전셋값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들은 “금융권에서 대출 막는다고 소식이 들릴 때마다 불안해진다”라며 “주거래 은행에서 대출을 못하니 2금융권을 고민하게 된다”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출 조이기는 오히려 서민들의 숨통만을 조이고 있었다.

일례로,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경기도에선 서울 청년들이 내려와 너나 할 거 없이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집값이 무섭게 뛰니 기회가 있을 때 사두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에서도 9억 원 이하의 집은 인기 매물이라, 동네 주민들마저도 시장에 내놓지 않기 시작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를 두고 비판이 거세지자, 잠시 풀었던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과열시킨 셈이다. 시장을 잡기 위해 내세운 규제는 오히려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2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은 0.36% 올라 2012년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한 달 새에 기록이 갱신될 만큼 파괴적인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로 인한 시장 부작용
빈대 잡으려 초가 태우는 꼴

이런 상황이 도래한 것에는 정부의 DSR 규제가 컸다. DSR은 상환액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연 소득이 5000만 원인데 갚아야 할 원리금이 2500만 원이라면 DSR은 50%인 셈이다. 7월부터 가계대출 조이기가 시작되며 개인별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 규제 적용이 확대됐다.

이로 인해 서울에 있는 아파트 10채 중 8 채는 DSR 40% 내로 대출 규제가 적용됐다. 기존 15억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모든 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된 마당에 15억 이하의 아파트에도 입주하기 어려워졌다. DSR 적용 이전에는 연 소득 5000만 원 직장인이 7억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선 2억 8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DSR 40%를 적용하는 순간부터 상환 기간에 제한이 생기고 한도는 2억 3000만 원 선으로 줄어든다.

2022년부터는 5년 제한 1억 7000만 원 선으로 더 낮아지는 셈이다. 이는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 전세 대출에선 이 DSR 조항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최근 금융권에서도 단계적으로 전세자금 대출도 규제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2%도 안되는 다주택자를 잡기 위해 98%의 실수요자를 옥죄는 짓은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를 태우는 꼴”이라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기준 높아지고 부담만 늘어나
“무주택자 기회만 뺐는 꼴”

주택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는 낮아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주택 담보대출을 DSR 100~120%에서 70% 이내로 줄였다. 7000만 원의 연 소득을 만드는 대출자가 360개월간 주다대를 받는 경우 기존 1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절반가량 축소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총량규제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소재 모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이 고점에 다다른 현재 은행 대출이 막히면 모아둔 목돈이 없는 젊은 층이나 중·저소득 무주택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가계대출 관리에서 총량이 아닌 연체율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